뿔테 안경의 역사, 그 시작과 끝을 알아보기

2025-11-25

<셀룰로이드 소재의 안경, 출처: pinterest>

뿔테안경의 시작

뿔테안경은 동물의 뿔, 코끼리 상아, 대모갑(거북이 등껍질) 등으로 처음 만들어졌고, 현재와 같은 플라스틱 소재의 대중화는 2차 세계대전 중 미군용 안경 등으로 인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시작되었다. 191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2차 세계대전 이후 구리 및 금속이 부족해지자 아세테이트 소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안경의 보급화 – 셀룰로이드

셀룰로이드는 1869년 존 웨슬리 하이엇이 당구공 대체품을 찾다가, 셀룰로이드를 개발하면서 ‘셀룰로이드(celluloid)’가 본격 상용화 되기 시작했다. 셀룰로이드로 만든 안경은 1900년대 초반부터 사랑 받았던 소재이다. 특유의 광택이나 고급스러운 색감, 가공 또한 수월해서 숙성시킨 셀룰로이드 경우 틀어짐 없이 단단한 뿔테로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무게가 무겁고, 열에 약하여 변형이나 폭발 위험까지 있는 안전성 문제 때문에 FDA에서는 유통을 금지했고, 여러 나라에서도 규제가 많아지면서 1960년대 부터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제 2막의 시작 – 아세테이트

1970년대까지 고급 뿔테 안경에 많이 사용되던 셀룰로이드는 가연성 문제 등으로 인해 점차 아세테이트로 대체되었다. 아세테이트는 펄프(셀룰로오스)와 아세트산의 화학적 반응을 통해 만들어진다. 정제된 펄프를 용해시켜 아세테이트가 된다.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cellulose acetate) 자체는 프랑스 화학자 폴 슈텐버거(Paul Schützenberger)가 1869년에 처음 발명했지만, 이것이 안경테 소재로 상용화된 것은 훨씬 후의 일이다. 그러던 중 아세테이트 안경테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금속 부족으로 인해 대중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1960년대 미국 아이비리그 학생들의 상징적인 아이템으로 자리 잡으면서 현재까지 클래식한 패션 아이템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아세테이트 안경을 쓴 앤디 워홀(Andy Warhol), 출처: Getty image

1,000만원이 넘는 소재 – 귀갑 (龜甲)

거북 등껍질 이용한 중국 ‘대모 안경’, 출처: 국립민속박물관

귀갑테는 한자 그대로 거북 귀(龜) 와 갑옷 갑(甲)으로 거북이 등껍질로 안경을 만들었다는 뜻이다. 귀갑테 안경은 거북이의 등껍질을 사용해 매우 고급소재이다. 귀갑은 독특한 광택이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게다가 열 가소성과 탄성이 적은 특징 때문에 오래 사용해도 튼튼함을 유지한다. 동물 조직이다 보니 오래 방치하면 해충이 생겨 부패하는 경우가 있고, 건조한 곳에 오래 놔두면 수분이 빠져나가 미세한 균열이 생기기도 해서 썩지 않게 만드는 ‘무두질’이라는 공정 포함한다. 제작 과정에서도 삶기,선별,자르기, 연마 등 수많은 공정을 거치게 된다. 특히 ‘무두질’과 ‘삶기’는 귀갑테의 품질을 좌우하는 까다로운 공정이며 이는 장인의 노하우에 주로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

Osawa Bekko, 출처: Osawa Bekko 공식 홈페이지

대표적인 귀갑테를 제조하는 브랜드중 오사와 베코(Osawa Bekko)라는 브랜드가 있다. 3,000만원을 호가하는 ‘귀갑(龜甲) 안경테’로 유명한 일본의 명품 안경 브랜드다.

뿔테 안경의 역사, 그 시작과 끝을 알아보기(1)

거북이 등껍질의 안쪽은 흰 색을 띠고 바깥쪽은 황갈색을 띠는데, 2~6mm 두께로 층층히 쌓인 13장의 갑판으로 이뤄져 있다. 오사와 베코는 이 등껍질을 떼어내 불에 굽거나 뜨거운 물을 부어 갑판을 얇게 쪼갠 다음, 이를 원료로 100% 수공 작업을 거쳐 만들어진다. 바다거북의 개체수가 많지 않으며, 이 바다거북을 잡기 위해서는 원양으로 나가야 되고, 잡기 또한 매우 어려웠다고 한다. 1992년 ‘워싱턴 조약’에 의해 새로운 귀갑채취는 금지되었고, 그 이후 벳꼬는 남은 재고를 사용해 그 명맥을 잇는 중이다.

큰 성체 거북이 한 마리를 사용해서 겨우 2~3개의 귀갑테(대모갑테)를 만들 수 있다. 왜냐하면 여러 장을 붙여서 두께 4~6mm의 대모갑 판재를 만들어야 귀갑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재료의 한정된 양으로만 귀갑테를 만들 수 있다. 더구나 귀갑테는 대모갑을 최대한으로 이용하기 위하여 수작업으로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한정된 재료 면에서나 기술인력 면에서나 대량생산이 불가능한 품목이다 보니 그 가격은 몇천만원을 호가하는 것이다. 아쉽게도 국내의 경우 광복이후 안경 제조 역사상 귀갑테를 제작한 경우는 찾아 볼 수 없다고 한다.

정점의 끝. 또 다른 시작. 

결국 뿔테 안경의 역사는 소재의 진화 그 자체다. 초창기 자연 소재에서 시작해 셀룰로이드로 이어졌고, 안전성의 한계로 아세테이트가 주류가 되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장인의 손을 거쳐야만 탄생하는 귀갑테는 뿔테 안경의 ‘정점’이자 더 이상 만들어낼 수 없는 희소성을 가지게 되었다. 지금 우리가 일상처럼 쓰는 뿔테 안경 한 쌍에는, 150여 년간 이어져온 기술의 발전과 장인의 손길, 그리고 사라져간 소재들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셈이다.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소재가 나와서 우리의 마음을 사로 잡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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