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에서 ‘작은 것’은 때때로 ‘크게 보이는 것’을 이긴다.
센스 있는 사람들은 양말, 속옷, 자켓 안감처럼 잘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신경을 쓴다. 안경이나 선글라스를 목에 거는 ‘안경 줄(스트랩)’도 그 연장선에 있다. 예전에나 쓰던 아이템 같지만, 지금 다시 보면 전혀 촌스럽지 않다. 오히려 그 사람의 태도를 드러내는 조용한 포인트가 된다. 특히 요즘처럼 런닝·하이킹·클라이밍 등 아웃도어 취향이 일상 패션에 스며든 시대에는 이 작은 줄이 훨씬 더 존재감을 갖는다. 원래 안경 줄은 기능이 먼저였다.
작업할 때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서핑이나 클라이밍처럼 움직임이 강한 순간을 대비하기 위해, 혹은 포켓이 없는 옷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기능은 배경이 되고, ‘어떻게 착용하느냐’가 곧 스타일이 되는 시대가 왔다. 요즘은 아이웨어를 단순히 휴대하는 방식이 아니라 본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드러내는 장면으로 쓰고 있다. 스트릿과 런웨이를 보면 셔츠 위에 자연스럽게 늘어뜨리거나, 가디건 사이로 걸어 두거나, 아예 목걸이처럼 활용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하이엔드 브랜드들 역시 이런 흐름을 읽고 각자 해석 중이다.


패션은 원래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관찰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런 면에서 안경 줄은 ‘손이 바쁜 사람의 아이템’, ‘일하는 사람의 장치’라는 인상을 준다. 실용성과 프로페셔널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장치라는 뜻이다.소재도 다양해졌다. 가죽, 스웨이드, 아세테이트, 메탈 체인, 우븐 스트랩…예전처럼 단순한 고리에 머무르지 않고 브랜드별 개성까지 드러나는 시대다.

재미있는 건, 나는 타인의 안경 줄을 보면 그 사람의 생활 리듬이 보일 때가 있다. 자주 움직이는 사람인지, 손이 항상 바쁜 사람인지, 정리를 좋아하는 사람인지, 아니면 스타일링을 즐기는 사람인지. 특히 내가 좋아하는 디테일이 하나 있다. 바로 셔츠 단추에 거는 작은 원형 가죽 홀더.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되는 크기의 원형 홀더인데 단추에 끼우고, 아래 작은 구멍에 안경 다리를 슬쩍 넣으면 셔츠 위에 자연스럽게 걸린다.

가죽은 시간에 따라 움직임과 함께 에이징되고, 과하지 않으면서 정확한 존재감을 준다. 손으로 만질 때마다 결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도 매력이다. 원래는 동아시아 레더 공방과 유럽 빈티지 메이커들이 가방 스트랩 파츠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구조인데 최근에는 여러 브랜드가 각자 방식으로 해석하며 ‘셔츠 위 아이웨어 스타일링’의 대표적인 디테일이 됐다.
이 작은 장치 하나 덕분에 셔츠는 더 가벼워지고, 안경은 사라지지 않고, 스타일은 훨씬 더 풍성해진다. 안경 줄이나 홀더 같은 ACC는 작은 아이템이지만 그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이 은근하게 스며 있다. 그래서 안경 줄은 단순한 보관용 액세서리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의 힌트에 더 가깝다. 사람들은 이 작은 장치를 통해 자신의 취향을 보여주고, 오늘의 기분과 태도를 완성한다. 그리고 그 작은 선택이 하루 전체를 다르게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