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디자인의 고유성과 안경 브랜드 이야기

2026-03-06

안경원에 진열된 수많은 안경테들. 언뜻보면 다 비슷비슷해 보이는듯 하지만 막상 실제로 써보면 그 차이를 알게 되죠. 안경 브랜드들이 안경 디자인에 엄청난 공을 들이는 것도 바로 그것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한된 디자인의 숙명이라고 해야할까요? 어떤 디자인은 다른 브랜드의 디자인과 매우 비슷해 보일 때가 있고, 때로는 그것이 회사 대 회사의 법정 분쟁으로까지 이어집니다. 오늘은 이 미묘한 경계 사이에 무엇이 얽혀 있는지 한번 살펴보도록 할게요.

잦은 싸움, “비슷해 보이기 쉬운 물건”의 운명일까?

출처: PxHere

안경은 구조가 단순해서 비슷해지기 쉬습니다. 하지만 안경에서 프레임 디자인은 너무나 크고 중요한 요소이기에, 브랜드들은 그 “비슷함”에 아주 민감합니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가 블루엘리펀트(Blue Elephant)를 상대로 민사·형사 절차를 진행한 것이 큰 화제가 되고 있죠. 젠틀몬스터 측은 외부 전문가의 3D 스캐닝 분석을 언급하면서 33개 제품에서 90% 이상 유사도가 높게 나왔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부는 99% 수준까지 똑같은 수치라고 합니다. 사실 안경테 뿐만아니라 블루 엘리펀트의 매장 컨셉부터 상품 패키징까지 너무나 많은 부분이 젠틀 몬스터를 거의 그대로 따라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죠.

유사한 국내외 사례, “소송은 브랜드의 숙명?”

안경 업계에서 디자인 분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크롬하츠(Chrome Hearts)의 ‘십자가’ 전쟁
실버 액세서리와 안경으로 유명한 크롬하츠는 자사의 상징인 ‘단검(Dagger)’이나 ‘십자가(Cross)’ 문양을 조금이라도 유사하게 사용하는 브랜드들에 대해 매우 공격적인 소송을 거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들은 디자인의 ‘심미성’을 넘어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침해했다고 주장합니다.

오클리(Oakley) vs 후발 주자들
스포츠 선글라스의 강자 오클리는 디자인뿐만 아니라 ‘기능적 디자인(특허)’ 소송의 대가입니다. 렌즈를 고정하는 방식이나 다리 부분의 고무 소재(언옵테이니움) 배치 등, “디자인이 곧 성능”인 영역에서 수많은 후발 업체와 소송을 벌여왔습니다.

‘아넬(Arnel)’ 형태를 둘러싼 오리지널리티 논쟁 (사례보다는 현상)
소송까지는 아니더라도, 1950년대 빈티지 안경 복각 열풍이 불면서 ‘타르트 옵티컬(Tart Optical)’의 아넬 디자인을 두고 여러 브랜드가 “우리가 진짜 복각이다”라며 정통성 싸움을 벌이기도 합니다. 이는 디자인 침해라기보다 ‘누가 진짜 오리지널의 영혼을 가졌나’를 다투는 마케팅적 분쟁에 가깝습니다.

왜 안경 소송은 결론이 나기 힘들까?

“안경은 시야를 돕는 도구라는 ‘기능성’이 우선인 물건입니다.” 법원에서는 아무리 예쁜 디자인이라도, 안경이 코에 걸쳐져야 하고 귀에 걸려야 하는 ‘인체공학적 필수 형태’라면 특정 브랜드가 독점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기도 합니다. 이것이 안경 소송에서 “어디까지가 창작이고, 어디까지가 당연한 구조인가”가 늘 쟁점이 되는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블루 엘리펀트와 젠틀 몬스터의 상황은 다를 수 있는 이유

출처: PxHere

디자인보호법과 부정경쟁방지법에 대해 알면 조금 더 이번 사태에 대해 이해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디자인보호법
안경 모델 하나하나를 미리 특허청에 등록해야 합니다. 만약 등록하지 않은 모델이 카피당하면 이 법으로 싸우기 어렵습니다. 또한, 아주 미세한 부분만 바꿔도 “유사하지 않다”는 판결이 나올 위험이 큽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자목)
타인이 제작한 상품의 ‘형태’를 그대로 베낀 상품(데드카피)을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상품이 출시된 지 3년 이내라면, 별도의 디자인 등록이 없어도 보호받을 수 있다는 강력한 장점이 있습니다.

젠틀몬스터가 ‘3D 스캐닝’을 꺼낸 이유
젠틀몬스터 측이 “99% 유사하다”고 주장하며 3D 스캔 데이터를 제출한 것은 부정경쟁방지법을 근거로 상대 회사가 완전히 복제 제품을 판매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육안으로 비교하는 것은 주관적이라 한계가 있죠. 하지만 3D 스캔을 통해 안경테의 곡률, 나사 구멍의 위치, 프레임의 두께 등이 소수점 단위까지 일치한다는 것을 보여주면, 법원은 이를 “우연히 유행을 따른 것”이 아니라 “기존 제품을 그대로 본떠 틀을 만든 것(데드카피)”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무단 성과 도용’ (카목)의 활용

최근 안경뿐만 아니라 패션계 소송에서 가장 무서운 조항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카목’입니다.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상도덕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무단 사용해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
젠틀몬스터는 블루 엘리펀트를 상대로 단순히 안경 모양만 베낀 게 아니라, 젠틀 몬스터가 구축한 브랜드 이미지, 마케팅 전략, 매장 인테리어의 느낌까지 통째로 편승(Free-riding)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 조항을 적극 활용합니다.

디자인권과 ‘부방법’ 요약

비교 항목디자인보호법부정경쟁방지법
보호 요건특허청 사전 등록 필수상품의 형태가 식별력이 있거나 성과물일 것
주요 쟁점등록된 도면과 얼마나 유사한가?의도적으로 베꼈는가? (무단 도용)
공격 포인트부분적 디자인 침해전체적인 형태 복제 및 브랜드 편승
특이 사항등록 비용과 시간이 소요됨출시 3년 이내 상품에 강력한 보호

글을 마치며, 이번 분쟁을 통해 우리가 눈여겨 보아야할 것들

젠틀몬스터의 전략은 “우리가 수십억을 들여 만든 디자인과 브랜드 가치를, 당신들은 3D 스캔 한 번으로 손쉽게 가로채 저가에 팔고 있다”는 주장을 법적으로 증명하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미적 유사성’ 싸움이 아니라 ‘시장 질서’에 대한 싸움인 셈이죠. 과연 법은 누구의 손을 들어 줄까요? 또한 소비자들의 향후 동향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요? 이번 사건이 한국 시장과 법의 성숙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임에는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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