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안경에서 봐야 할 것은 세 가지다. AI 안경이 구경거리에서 진짜 상품이 된다. 9월 파리에서 내년 디자인이 결정된다. 그리고 프레임은 크기 싸움을 그만두고 비율 싸움을 시작한다. 상반기 안경 기사는 대체로 모양 이야기였다. 어떤 테가 유행이고, 누가 뭘 썼고. 하반기는 다르다. 제품이 실제로 출시되고, 업계가 한자리에 모이고, 해가 짧아지면서 필요한 렌즈까지 바뀐다. 지금부터는 안경원에 들어서는 순간 바로 쓸 수 있는 이야기만 한다.
포인트 1. AI 안경, 이제 동네 안경원 진열대에 있다

올해 하반기 가장 큰 변화는 AI 안경을 직접 써보고 살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해외 직구를 하거나, 행사장에서 잠깐 만져보는 게 전부였다. 먼저 움직인 쪽은 메타(Meta, 미국)다. 메타는 아이웨어 기업 에실로룩소티카와 함께 만든 AI 글래스 ‘레이밴 메타’와 ‘오클리 메타’를 5월 25일 국내에 공식 출시했다. 레이밴 메타는 백화점과 면세점, 안경원에서 만날 수 있고, 오클리 메타는 여기에 오클리 파트너 스토어가 더해진다. 권장 소비자 가격은 69만 원부터. 성능은 이렇다. 레이밴 메타 젠2는 웨이페어러, 스카일러, 헤드라이너 세 가지 스타일로 나온다. 최대 8시간 쓰는 배터리, 1,200만 화소 초광각 카메라, 3K 화질 사진과 영상 촬영. 귀를 막지 않는 오픈 이어 오디오까지 들어갔다.
여기서 안경 쓰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걸리는 질문이 하나 있다. ‘내 도수는 어떻게 하나?’ 레이밴 메타는 도수 렌즈 착용자를 위해 ‘레이밴 메타 옵틱스(Blayzer Optics, Scriber Optics 등)’라는 별도의 라인업을 출시했다. 혹은 일반 모델에 맞춤 렌즈를 넣을 수 있다. 카메라와 배터리 등 정밀 전자부품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일반 안경과 달리 숙련된 안경원에서 정밀하게 가공해야 한다는 것은 팁이다.
삼성전자도 하반기를 예고했다. 삼성전자는 7월 2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6에서 첫 스마트글래스 ‘인텔리전트 아이웨어’의 주요 기능과 추가 디자인 2종을 공개했다. 물론 일반 안경처럼 도수 렌즈 삽입과 피팅 또한 가능한 제품이다. 디스플레이 없이 음성으로 작동하는 방식이라 오히려 렌즈 교체가 더 깔끔할 수도 있겠다. 연내 출시 예정이고, 구글의 안드로이드 확장현실(XR) 플랫폼에서 돌아간다. 안경을 쓴 채 음성으로 길 안내를 받고, 해외에서 눈앞의 메뉴판을 자동 번역한다. 카메라로 보고 있는 자료를 인식해 갤럭시폰 노트 앱에 저장하는 것도 된다.
주목할 점은 디자인을 안경 브랜드가 맡았다는 사실이다. 파트너는 젠틀몬스터와 워비파커. 신규 AI 글라스는 디스플레이 없이 스피커, 카메라, 마이크만 넣고 음성으로 작동한다. 젠틀몬스터 김한국 대표는 “AI 글라스는 기술과 감성의 융합이 무엇보다 중요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숫자로도 확인된다. 글로벌마켓인사이트는 2026년 전 세계 스마트 글래스 시장 규모를 50억 달러, 약 7조 3,500억 원으로 예상했다. 2035년에는 103억 달러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올해 전 세계 스마트안경 출하량이 2,368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봤다.
| 구분 | 레이밴 메타 / 오클리 메타 | 삼성 인텔리전트 아이웨어 |
|---|---|---|
| 국내 상황 | 2026년 5월 25일 공식 출시 | 2026년 연내 출시 예정 |
| 가격 | 권장 소비자가 69만 원부터 | 미공개 |
| 화면 | 없음 (카메라, 오디오 중심,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 모델에는 있음) | 없음 (스피커, 카메라, 마이크) |
| 디자인 | 레이밴, 오클리 | 젠틀몬스터, 워비파커 |
| 구매처 | 백화점, 면세점, 안경원 | 미공개 |
경쟁은 더 세질 예정이다. 애플도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스마트글라스를 개발 중이다. 요약하면 이렇다. 올 하반기 안경원에 들어가면, 진열대 한 칸이 AI 안경 차지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포인트 2. 9월 25일 파리, 내년 안경이 여기서 정해진다

가을만 되면 안경 트렌드 기사가 쏟아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안경 전시회가 9월 파리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실모 파리(SILMO Paris) 2026은 9월 25일부터 28일까지 파리 노르 빌팽트 전시장에서 열린다. 900개가 넘는 기업이 참가하고, 1,500개 이상의 광학 브랜드가 소개되며, 방문객은 3만 2천 명 이상으로 예상된다. 실모는 1967년 시작된 세계 최초의 안경 및 광학 전문 전시회다. 밀라노의 미도(MIDO)가 1970년에 그 뒤를 따랐다.
이 전시회가 업계 사람만의 행사가 아닌 이유는 구성에 있다. 실모는 전시장 외에 혁신 전시 공간인 실모 넥스트(SILMO Next), 그리고 업계가 이듬해 따라갈 디자인 방향을 정리하는 트렌드 포럼(Trends Forum)을 축으로 돌아간다. 디자인계 인사들이 심사하는 실모 도르(Silmo d’Or)는 아이웨어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꼽힌다. 정리하면 이렇다. 여기서 주목받은 디자인이 몇 달 뒤 국내 안경원 진열대에 올라온다. 무게도 예전과 다르다. 미국의 비전 엑스포 웨스트가 2025년 9월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으면서, 실모는 업계의 가을 기준점 역할을 사실상 혼자 떠안게 됐다. 이번 9월 유난히 안경 뉴스가 많아 보인다면, 이유는 여기 있다.
포인트 3. 크기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 비율이다

큰 안경은 여전히 유행이다. 다만 크기만 키우는 방식은 올해로 끝났다. 상반기 주인공은 명확했다. 모서리가 살짝 위로 올라간 업스윕(upsweep) 형태의 ‘베요네타 캣아이’가 2026년 봄 파리와 밀라노 런웨이를 휩쓸었다. 길고 좁은 렌즈가 날카롭고 지적인 인상을 만든다. 국내 흐름도 비슷했다. 얼루어 코리아는 가로로 길고 날렵한 오벌 스타일로 긱시크를 연출하라고 제안하며 딥 브라운과 반투명 그레이를 함께 추천했다. 하반기 해외 자료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간다. 방향은 세 갈래다.
첫째, 오버사이즈는 남되 방식이 바뀐다. 큰 프레임의 존재감이 크기가 아니라 균형에서 나오는 쪽으로 이동 중이다. 조각처럼 다듬은 림(테두리), 정교한 베벨(모서리를 비스듬히 깎은 면), 소재 조합이 인상을 만든다. 가벼운 소재와 얇은 템플(다리) 덕에 큰 안경도 하루 종일 버틸 만해졌다.
둘째, 두꺼운 아세테이트 뿔테의 형태가 달라진다. 볼드한 아세테이트는 여전히 강세지만, 반듯한 사각형이나 둥근 형태에서 벗어나 파일럿(비행사) 스타일 비율로 옮겨가고 있다. 메탈도 요란하지 않은 방식으로 돌아왔다. 파일럿 더블 브리지(코 위쪽에 가로바가 하나 더 있는 형태)가 함께 거론된다.
셋째, 각진 형태가 잘게 나뉜다. 육각형과 팔각형처럼 부드럽게 각진 기하학적 실루엣이 사각형과 원형의 대안으로 올라섰다.
얼굴형 기준도 짚어둔다. 오벌은 얼굴이 가로로 넓은 것을 보완하고 싶을 때 효과적이지만, 얼굴이 긴 편이라면 피하는 게 낫다. 오버사이즈는 둥근 얼굴형과 타원형 얼굴형, 그리고 미니멀한 옷차림에 포인트 하나가 필요한 경우에 잘 맞는다.
| 스타일 | 특징 | 참고 사항 |
|---|---|---|
| 베요네타 캣아이 | 모서리가 위로 올라간 형태, 길고 좁은 렌즈 | 날카롭고 지적인 인상 연출 |
| 오벌 | 가로로 길고 날렵한 타원형 | 얼굴이 가로로 넓은 경우 효과적, 얼굴이 긴 형은 비추천 |
| 오버사이즈 | 다듬은 림과 가벼운 소재로 균형을 맞춘 큰 프레임 | 둥근 얼굴형, 타원형 얼굴형과 잘 어울림 |
| 파일럿 계열 | 볼드 아세테이트에 파일럿 비율을 적용 | 더블 브리지 디테일이 함께 등장 |
| 기하학형 | 육각형, 팔각형 등 부드럽게 각진 형태 | 사각형과 원형의 대안 |
포인트 4. 올가을의 색, 가지색과 하바나

계절이 바뀌면 옷 색이 바뀌고, 안경 색이 따라 바뀐다. 올해 하반기의 중심은 짙은 보라 계열과 따뜻한 갈색 계열이다. 패션 쪽 기준부터. 보그 코리아는 올해 연말을 뒤덮을 색으로 보라색을, 그중에서도 버건디에 가까운 짙은 보라, 이른바 ‘가지색’을 대표 트렌드 컬러로 꼽았다. 마젠타나 버건디 쪽으로 붉은 기가 도는 보라색도 눈에 띄었다. 안경 쪽은 클래식의 힘이 더 세다. 2026년 아이웨어에서 하바나(거북등껍질 무늬)는 계속 간다. 꿀색, 앰버, 초콜릿 톤은 물론 더 차가운 톤까지 브랜드마다 다르게 해석하며 폭이 넓어졌다. 하바나는 이제 색이라기보다 하나의 시그니처에 가깝다.
소재는 두 갈래다. 하나는 가벼움이다. 거의 티가 나지 않는 형태의 안경은 대개 티타늄 같은 금속으로 만들어져 깃털처럼 가볍다. 스타일리스트 산드라 바티스텔은 가벼운 프레임이 편할 뿐 아니라 착용자의 이목구비를 돋보이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다른 하나는 친환경이다. 2026년 아이웨어 트렌드에서 무테 프레임과 친환경 소재는 지속 가능성과 미니멀한 우아함을 대표하는 요소로 꼽힌다. 작은 물건 하나도 짚고 넘어가자. 안경줄이 올해의 필수 액세서리로 올라섰다. 금빛 디자인과 무지갯빛 구슬을 쓴 제품이 나오면서, 기능적인 물건이 장신구 취급을 받기 시작했다.
| 컬러 계열 | 추천 상황 | 함께 보면 좋은 소재 |
|---|---|---|
| 짙은 보라, 버건디 계열 | 가을 겨울 아우터와 맞출 때 | 아세테이트 |
| 하바나 (꿀색, 앰버, 초콜릿) | 무난하게 오래 쓰고 싶을 때 | 아세테이트 |
| 딥 브라운, 반투명 그레이 | 차분한 오피스룩 | 아세테이트, 메탈 조합 |
| 실버, 골드 등 메탈 | 가볍고 눈에 덜 띄는 안경을 원할 때 | 티타늄 |
포인트 5. 프레임을 고른 다음이 진짜다
트렌드 기사에서 늘 빠지는 게 렌즈다. 그런데 유행하는 프레임일수록 결과를 가르는 건 렌즈다. 이유는 단순하다. 캣아이나 오버사이즈처럼 넓고 긴 프레임은 렌즈 면적이 크다. 그만큼 두께 관리가 중요해진다. 도수가 높을수록 렌즈 가장자리가 두꺼워지고, 결국 프레임 밖으로 렌즈가 튀어나와 보인다. 이때 굴절률(빛을 꺾는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이 높은 렌즈를 고르면 같은 도수라도 가장자리 두께와 무게를 크게 줄여 훨씬 깔끔한 외관을 만들 수 있다. 큰 테를 고르고 나서 “왜 이렇게 두껍죠?”라는 말이 나오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배경 숫자 하나만 덧붙인다. 시장조사기관 모르도르 인텔리전스가 미국안과학회 자료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싱가포르에서는 10대와 젊은 성인의 80~90퍼센트가 근시로 나타났다. 프레임 고르는 재미만큼 렌즈를 따져야 하는 이유다.
2026 하반기 안경 교체 체크리스트
여기까지의 이야기를, 안경원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쓸 수 있게 정리했다.
| 단계 | 확인할 것 | 기억할 포인트 |
|---|---|---|
| 1. 형태 | 캣아이, 오벌, 오버사이즈, 파일럿, 기하학형 중 어디에 가까운지 | 크기보다 얼굴과의 비율 |
| 2. 컬러 | 짙은 보라 계열인지, 하바나 계열인지 | 가을 겨울 옷 색과 함께 볼 것 |
| 3. 소재 | 아세테이트인지 티타늄 등 메탈인지 | 오래 쓸수록 무게가 체감됨 |
| 4. 렌즈 두께 | 내 도수에 맞는 굴절률 선택지가 있는지 | 프레임이 클수록 더 중요 |
| 5. 생활 패턴 | 야간 운전이 많은지, 화면을 오래 보는지 | 용도별 렌즈가 따로 있음 |
| 6. AI 안경 | 도수 렌즈 적용이 가능한 모델인지 | 현재 판매 제품은 도수 없는 형태가 기본 (전문 안경사와 맞춤 상담 권장) |
정리하자. 2026년 하반기는 기술과 디자인이 동시에 움직이는 시기다. AI 안경은 살 수 있는 물건이 됐고, 9월 파리에서 내년 디자인이 정해지며, 프레임은 크기 대신 비율과 소재로 승부한다. 그리고 어떤 테를 고르든 마지막에 눈이 편한지를 결정하는 건 결국 렌즈다. 안경을 바꿀 생각이라면, 프레임과 렌즈를 한자리에서 함께 상담받길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