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씨베를린, 0.5mm 철판이 증명한 가장 쿨한 안경의 미래

2026-10-28

<출처: www.ic-berlin.com>

나사 하나 없다. 오직 0.5mm 두께의 얇은 철판 한 장뿐이다. 아이씨베를린(ic! berlin)이라는 브랜드를 관통하는 본질은 이토록 간결하다. 1996년, 베를린 미테 지구의 비좁은 아파트에서 닻을 올린 이 전위적인 브랜드는 어느덧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마돈나와 브래드 피트의 얼굴을 장식하며 하이엔드 아이웨어의 반열에 올랐지만, 그 이면엔 창업 멤버의 분리 독립과 두 번의 인수합병이라는 드라마틱한 굴곡이 존재한다. 한때 사옥에 퍼포먼스 아티스트를 ‘장식용 은둔자’로 살게 했던 이 기상천외하고 매력적인 브랜드. 0.5mm 철판 뒤에 숨겨진 30년의 궤적을 쫓았다.

아무도 만들어주지 않는다면, 직접 만들 수밖에

<출처: www.ic-berlin.com>

시작은 ‘팔리지 않은 아이디어’였다. 1996년, 디자인을 공부하던 필립 하프만스와 하랄트 고트슐링은 나사 없는 철판 안경이라는 파격적인 스케치를 완성했다. 사업가 랄프 안데를이 합류해 이 발칙한 아이디어를 들고 업계를 돌았지만, 이 낯선 물건을 사겠다는 회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위탁 생산도 불가했다. 땜질과 나사 없이 조립하는 안경을 만들어줄 공장은 없었다. 그래서 이들은 기계를 통째로 사들였다. 경영 지식도, 안경 제조 경력도 전무한 세 남자가 베를린에서 직접 안경을 찍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세상에 나온 첫 프레임의 무게는 겨우 20g. 너무 얇고 특이한 구조 탓에 처음엔 업계의 비웃음을 샀지만, 그 극단적인 가벼움과 편안함은 곧장 거대한 유행이 됐다. 초기엔 독일어로 안경을 뜻하는 단어(brille)를 써서 ‘ic! brille(아이씨 브릴레, 영어로 I see glasses)’라 불렀다. 이후 1997년 말, 베를린의 정체성을 담아 지금의 ‘ic! berlin(베를린을 본다)’으로 탈바꿈했다. 미테의 작은 아파트에서 출발한 이들은 2005년 낡은 빵 공장 건물 ‘백파브릭(Backfabrik)’으로 근거지를 옮기며 본격적인 도약을 알렸다.

0.5mm의 미학, 나사, 용접, 접착제는 사양한다

<ETIENNE, 출처: www.ic-berlin.com>
<출처: www.ic-berlin.com>

아이씨베를린 안경을 자세히 들여다보라. 나사는 물론이고, 흔한 용접 자국이나 접착제조차 없다. 이 기막힌 구조의 뼈대는 두께 0.5mm의 ‘스테인리스 스프링강’이다. 힘을 받아 휘어져도 금세 본래의 꼿꼿한 모양으로 돌아오는 이 탄력적인 강철을, 열 없이 상온에서 롤러로 얇게 눌러 펴는 ‘냉간압연’ 방식으로 가공해 밀도와 내구성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방점은 판재 조각들이 마치 정교한 퍼즐처럼 맞물리는 특허받은 클립형 ‘힌지(Hinge, 안경다리 경첩)’에 찍힌다. 나사가 없으니 다리가 헐거워지거나 부품을 잃어버릴 일이 없다. 군더더기를 덜어내 무게마저 깃털처럼 가볍다. 이 영리한 기술력은 프랑스 국제광학박람회(SILMO)에서 기술 혁신 부문 그랑프리를 세 번이나 거머쥐는 쾌거로 이어졌다.

체크 포인트일반 메탈 안경테아이씨베를린(ic! berlin) 
결합 방식초소형 나사로 조여 고정판재끼리 완벽히 맞물리는 특허 힌지(Hinge) 구조
용접 및 접착디자인 구현을 위해 흔히 사용됨전면 배제 (피부 자극 및 알러지 유발 최소화)
핵심 소재티타늄, 모넬 등 합금 소재0.5mm 두께의 고급 스테인리스 스프링강
유지 및 관리사용 중 헐거워져 주기적인 나사 조임 필수나사 풀림이나 헐거워짐 현상 사실상 제로

결별, 그리고 마이키타(MYKITA)의 탄생

<출처: mykita.com>

2003년, 세 명의 창업자는 각자의 길을 걷기로 한다. 이 이별 덕분에 베를린에는 세계적인 하이엔드 아이웨어 브랜드가 하나 더 탄생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디자인을 이끌던 하프만스와 고트슐링이 회사를 떠났고, 랄프 안데를은 홀로 남아 아이씨베를린을 지켰다.

회사를 나선 두 디자이너는 새로운 파트너들과 함께 ‘마이키타(MYKITA)’를 세웠다. 첫 작업장이었던 독일의 옛 어린이집(독일어로 Kita)에서 따온 이름이다. 마이키타 역시 나사 없는 조립식 힌지 구조를 앞세워 급속히 팽창했고, 2015년경엔 매출 3천만 유로 규모를 넘기며 베를린을 대표하는 또 다른 이름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들의 이별이 우호적이었는지, 날 선 의견 충돌의 결과였는지는 여전히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하지만 한 가지는 명확하다. ‘나사 없는 안경’이라는 이들의 불꽃 같은 아이디어가 글로벌 안경 구도의 판도를 바꿀 만큼 강력했다는 사실이다.

레드카펫 위의 0.5mm, 셀러브리티와 엠버서더

<다니엘 브륄, 출처: sellhivewsx.click>

2000년대의 아이씨베를린은 그야말로 ‘컬트적인’ 인기 그 자체였다. 특유의 차갑고 아방가르드한 무드에 매료된 할리우드 스타들은 협찬 없이도 알아서 지갑을 열었다. 2008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마돈나가 리젠트 호텔 앞에서 파파라치 컷에 찍혔을 때, 그 콧대 위엔 아이씨베를린의 ‘Ella’ 모델이 얹혀 있었다. 브래드 피트가 아이씨베를린을 착용하고 있는 것이 포착된 것은 2014년 영화 <말레피센트> 시사회였다. 올블랙 수트를 입고 안젤리나 졸리의 손을 잡고 등장한 그의 얼굴엔 ‘Bashir’ 선글라스가 치명적인 마침표를 찍고 있었다. 다니엘 브륄은 영화 <굿바이 레닌>으로 각인된 독일의 국민 배우이다. 그는 특유의 지적인 무드를 살려 2024년부터 이 브랜드의 공식 앰버서더로 활약 중이다.

브랜드의 명성만큼이나 창업자 랄프 안데를의 괴짜 기질도 흥미롭다. 디자이너이자 뮤지션으로 활약한 그는 2013년, 독일 아티스트 프리드리히 리히텐슈타인을 사옥에 들여 ‘장식용 은둔자(18세기 귀족들의 은둔자 풍습을 비튼 퍼포먼스)’ 역할을 맡기는 등 파격적인 행보로 씬을 흔들었다.

챕터 2, 글로벌 하우스 마르콜린(Marcolin)과의 조우

아이씨베를린은 지금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125개국 이상의 거대한 유통망을 쥔 이탈리아 안경 그룹 ‘마르콜린(Marcolin)’의 일원이 된 것이다. 2017년 11월, 랄프 안데를은 21년간 이끌던 회사의 과반 지분을 독일 투자사에 넘기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브랜드는 창업자의 짙은 그림자를 걷어내고, 근본적인 정체성인 ‘베를린’에 집중하며 로고와 전략을 모던하게 다듬었다. 마침내 2023년 11월, 마르콜린 그룹이 성공적으로 인수를 매듭지으며 베를린 본사와 공장의 장인들까지 모두 이 거대한 글로벌 하우스에 합류했다. 체계적인 생산 역량과 세계적인 유통망을 등에 업은 아이씨베를린은 2023년에만 20%가 넘는 성장을 기록하며 건재함을 입증했다.

주요 타임라인브랜드의 진화 과정 
1996년독일 베를린 창업, 첫 프레임(20g) 출시
2003년창업 멤버 결별, 떠난 두 디자이너의 ‘마이키타(MYKITA)’ 설립
2017년 11월창업자 랄프 안데를, 지분 매각 후 경영 2선 후퇴
2023년 11월이탈리아 거대 럭셔리 아이웨어 하우스 마르콜린에 최종 인수 완료

메르세데스-벤츠, 그리고 완벽을 향한 자이스(ZEISS)의 시선

<출처: visionworksoptometry.com>

독일의 깐깐한 완벽주의를 논할 때 자동차와 안경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마스터피스(Masterpiece)다. 아이씨베를린은 메르세데스-벤츠(Mercedes-Benz)와 수년째 협업 컬렉션을 전개하고 있는데, 이 정밀한 드라이빙 아이웨어의 완벽한 마침표를 위해 ‘자이스(ZEISS)’ 렌즈와 손을 잡았다.

안경 브리지에는 벤츠의 유려한 곡선을, AMG 모델에는 라디에이터 그릴의 강인한 질감을 이식했다. 초경량 스테인리스 프레임에 부드러운 실리콘 코받침을 세팅해, 아우토반을 몇 시간째 질주해도 콧대에 피로감이 남지 않는다. 여기서 더 흥미로운 건 렌즈의 스펙이다. 극도로 얇고 가벼운 프레임의 특성상 왜곡을 완벽히 잡고 운전 시 최적의 시야를 뽑아내기 위해 자이스의 기능성 렌즈를 채택한 것이다. 특히 드라이빙에 특화된 ‘ZEISS DriveSafe’ 렌즈는 빛이 부족한 흐린 날이나 야간 운전 시 동공이 커지는 미세한 현상까지 치밀하게 계산한 ‘루미넌스 디자인 기술’을 탑재했다. 야간의 불쾌한 빛 번짐을 제어하고 시야 대비를 극대화해주는, 가장 쿨하고도 실용적인 장비다.

30년 뒤의 안경, 가장 시크한 변색 렌즈

<출처: bless.meganepark.jp>

30주년을 맞은 이 브랜드의 시선은 다시 ‘미래’를 정조준한다. 최근 아이씨베를린은 ‘트랜스포머티브 틸(Transformative Teal)’이라는 감각적인 청록색을 입힌 30주년 캡슐 컬렉션을 공개했다. 과거를 호령했던 헤리티지 피스와 신소재 가공 기술을 접목한 모던한 신작이 함께 라인업을 채웠다. 이번 컬렉션의 백미는 프레임과 동일한 컬러로 물드는 ‘변색 렌즈’다.

단 0.5mm의 철판 한 장. 시작은 투박했고 비웃음을 샀지만, 이들은 지난 30년간 안경 제조의 문법을 완전히 파괴하고 새로 썼다. 베를린 공방에서 180명이 넘는 장인과 엔지니어가 지금도 묵묵히 손으로 다듬어내는 이 얇고 단단한 철판. 다음 30년, 이들이 보여줄 안경의 미래는 또 얼마나 쿨할지 두고 볼 일이다.

※ 표시광고법 및 안경사법 관련 고지
국내 안경사법(제12조 등)에 따라, 시력 검사와 도수 처방, 안경 조제 및 정밀한 피팅은 반드시 국가 면허를 소지한 안경사가 상주하는 오프라인 ‘안경원’에서 진행해야 합니다. 글에 소개된 기능성 렌즈(드라이브세이프, 변색 렌즈 등)의 시야 개선 및 빛 번짐 제어 효과는 개개인의 눈 상태와 주위 환경에 따라 다르게 체감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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