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래마을 골목 안쪽, 간판보다 분위기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공간이 있습니다. 레트로킷(Retro Rocket). 안경원이라는 단어가 쉽게 연상되지 않는 이름과 공간이지만, 14년째 조용하게 자기만의 문화를 쌓아 안경원을 넘어 하나의 브랜드가 된 아이웨어 편집샵입니다. 디자인을 전공한 실장님과 음악을 해온 대표님 부부 두 사람이 만들어가는 이 공간은, 안경에서 출발하되 안경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레트로킷이 무엇인지, 그 안에 어떤 생각들이 담겨 있는지 직접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레트로킷 안경원 방문 정보>
주소: 서울 서초구 서래로5길 15 신동빌딩 1층 (9호선 신반포역 4번 출구에서 도보 약 10분)
전화: 02-599-1050
영업시간: 매일 11:00 – 20:00
주차: 예약 방문 시 매장 바로 앞 주차 가능
예약: 예약제 운영. 네이버 지도에서 ‘레트로킷 안경’ 검색 후 예약
Part 1. 레트로킷이라는 이름, 그 안에 담긴 방향
Q1. 레트로킷(Retro Rocket)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A. 처음 이름을 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딱 하나의 이름이어야 한다는 거였어요. 무언가를 연상시키는 이름이 아니라, 그 자체로 고유한 이름. 계속 들었을 때 오리진이 느껴지는, 누군가 쉽게 따라 하기 어려운 이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여러 단어를 찾아보다가 로켓이라는 단어에 닿았어요. 뒤로 강한 힘을 모아 앞으로 나아가는 역추진의 에너지, 그 유니크한 느낌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단어 자체가 어떤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게 아니라, 그냥 레트로킷이 레트로킷인 것. 그런 이름이었으면 했어요.
14년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그 이름이 브랜드의 방향을 잘 설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로켓 로고가 화살표 모양을 닮은 것처럼, 레트로킷도 어디로 어떻게 가고 싶은지를 계속 고민하는 브랜드니까요. 어떤 결론을 먼저 정하고 고객에게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우리만의 독특한 에너지로 무엇을 해볼까를 계속 묻는 것. 그게 레트로킷다운 방향인 것 같아요.
Q2. 14년째 서래마을을 지키고 계십니다. 이 동네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A. 성수동이나 한남동처럼 트렌드를 빠르게 타는 상권이 아니에요. 조용하고 한결같은데, 그게 오히려 저희랑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유행에 따라 흔들리지 않아도 되는 곳, 레트로킷만의 무언가를 차분히 쌓아갈 수 있는 곳이었어요. 처음에는 서래마을 거주민들이 주요 고객이었는데, 지금은 전체 방문 고객의 30~40%가 외부에서 찾아오세요. 서래마을을 먼저 오고 들르는 게 아니라, 레트로킷을 보고 서래마을까지 오시는 분들이 생긴 거예요.
Part 2. 다름이 빚어낸 레트로킷의 세계
Q3. 디자인을 전공한 실장님과 음악을 해온 대표님, 두 분이 함께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계십니다. 서로 다른 두 세계가 레트로킷에 어떻게 녹아 있나요?
A. 배경이 다르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주변에 다양한 세계의 사람들이 모여요. 저는 디자이너 친구들, 미술하는 친구들이 많이 있고, 대표님은 또 뮤지션, 아티스트들이 많습니다. 그 다양한 세계들이 레트로킷으로 흘러 들어오는 것 같아요. 안경과 직접 관계없어 보이는 도자기 콜라보, 의류 브랜드와의 협업 같은 것들도 사실 억지로 기획한 게 아니에요. 그냥 원래 우리 안에 있던 게 나오는 거예요. 그런데 그게 레트로킷이라는 그릇 안에서 만나면, 생각지 못한 의외의 것들이 생겨납니다. ‘안경원이 이런 걸 한다고?’ 싶을 때 오히려 맞다 싶어요. 그게 레트로킷다운 거니까요.
이 다름이라는 게 사실 고객들과의 관계에서도 똑같이 작동해요. 손님들이 여기를 좋아하시는 이유 중 하나가, 자신도 꺼내지 못했던 걸 꺼내는 경험을 하기 때문인 것 같거든요. 항상 네모난 안경만 쓰던 분이 동그란 안경을 써보게 되거나, 무난한 것만 찾던 분이 시도해본 적 없던 걸 선택하게 되거나. 그런 순간들이 생기는 건 저희가 다름에 익숙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작년에 10년 만에 인테리어를 바꿨는데, 바꾸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브랜드도 사람처럼 성장하니까요.
Q4. 공간을 이렇게 구성하신 데 특별한 철학이 있나요?
A. 완성도 있는 서비스를 받는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어디서 본 것 같거나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전문성 있고 완성도 높은 공간. 고객이 들어오실 때 어떤 안경이 있나보다 전체적인 그림을 먼저 보시거든요. 크게 봤을 때 좋고, 집중해서 들여다봐도 더 만족스러운 것, 그게 전체적인 완성도라고 생각해요. 공간은 그 완성도를 처음으로 전달하는 통로인 것 같습니다.
Part 3. 가장 좋은 것, 가장 확실한 것
Q5. 브랜드를 선정하실 때 어떤 기준으로 고르시나요?
A. 다른 안경원이 뭘 취급하는지는 기준이 안 돼요. 경쟁에 관심을 두기보다, 각 업계 안에서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확실하고 믿을 수 있는 것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저희는 그 범주 안에 들어오는 것들을 선택해왔어요. 지금 메인으로 취급하는 브랜드들만 해도 캐릭터가 전혀 달라요. 테오는 컬러풀하고 유니크한 디자인이 특징이고, 마이키타는 경량 소재로 기능성과 착용감이 뛰어나요. 자크마리마지는 럭셔리 패션 아이웨어의 성격이 강하고, 크로하츠는 안경 그 자체의 럭셔리를 추구합니다. 이 브랜드들을 전부 좋아하는 고객도 계시지만, 각 브랜드마다 팬이 따로 있을 만큼 캐릭터가 뚜렷해요. 그 다양한 캐릭터들을 한 그릇 안에 담을 수 있는 곳이 레트로킷인 것 같아요.
Q6. 그중에서도 특별히 존경하는 브랜드가 있다고 하셨는데요.
A. 테오(Theo)예요. 30년이 넘은 벨기에 브랜드로, 아버지에서 아들로 대를 이어온 역사가 있어요. 쉽게 착용하기 힘든 컬러풀한 색깔과 유니크한 형태임에도 전 세계에 팬층을 만들어내며 이어온 게 진심으로 존경스럽습니다. 소비하시는 분들을 보면 자기를 깨기 위해, 또는 삶에 새로운 재미를 더하기 위해 선택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그 마음이 레트로킷이 생각하는 안경의 의미랑 정확히 같아요. 얼핏 튀어 보이지만, 막상 쓰고 나가보면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어울린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 의외성이 재미있어요.
Part 4. 안경이 경험과 관점을 넓히는 매개
Q7. 좋은 안경이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마음에 드는 디자인과 편안한 시력 교정이라는 기본값은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생각하는 좋은 안경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요. 어떤 관점이나 시각의 지경을 조금 더 넓혀주는 매개가 되어주는 게 좋은 안경이라고 생각해요. 고객이 A를 사러 왔을 때 A를 판매하면 당연히 만족하세요. 그런데 A’이나 B를 제안드리는 것, 기대한 것보다 조금 더 나아갔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 그게 진짜 경험입니다. 안경을 통해 내가 몰랐던 나를 꺼내거나,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되거나, 삶이 조금 더 즐거워지는 것. 그게 가능한 존재가 안경이고, 레트로킷의 역할이에요. 예를 들어서, 스타일이 굉장히 얌전하신 고객님이 안경은 엄청 독특한 걸 고르시는 경우가 있어요. 그분은 안경을 통해서 새로운 자기표현의 경험을 하시는 거예요. 나의 관점을 넓히면서 나의 아이덴티티를 찾거나, 끄집어내거나, 만들거나. 그게 가능하게 해주는 게 좋은 안경이라고 생각합니다.
Q8. 처음 방문한 고객에게 안경을 추천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시는 게 무엇인가요?
A. 만났을 때의 느낌에서 90% 이상이 결정돼요. 어떤 안경을 쓰고 계신지, 어떤 분위기를 가진 분인지. 그리고 나머지 10%는 이 분이 레트로킷에 기대하는 게 뭔지를 대화를 통해 발견하는 과정이에요. 기술이 아니라 마인드의 문제예요. 이 사람에게 어떤 걸 해드릴 수 있을까, 진짜로 원하는 게 뭘까를 고민하는 자세. 겉으로 이야기하는 것과 마음속으로 기대하는 게 항상 같지는 않거든요. 그 플러스 알파의 기대감을 캐치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Q9. 검안 전에 고객의 직업이나 생활 패턴을 먼저 파악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A. 딱딱한 문진표 형식이 아니에요. 어떤 일을 하시는지, 모니터를 주로 보시는지, 악기를 연주하신다면 어떤 거리에서 보시는지. 삶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누다 보면 라이프스타일이 파악됩니다. 근데 길게 설명하는 것보다 짧고 명확하게 듣는 게 훨씬 중요해요. 배경 설명이 길어질수록 고객분도 지치고, 오히려 기대치가 올라가게 되면서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거든요. 고객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거기에 맞는 처방과 렌즈를 골라드리는 것. 내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보다 고객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결과로 증명하는 게 진짜 실력입니다.
Part 5. ZEISS 렌즈, 경험이 말해줍니다
Q10. 레트로킷에서 주로 권유하시는 ZEISS 렌즈는 어떤 제품인가요?
A. 레트로킷의 고객분들 성향상, 자이스 스마트라이프 계열을 중심으로 운용하고 있어요. 단초점은 스마트라이프, 다초점은 인디비주얼이나 슈퍼브가 가장 많이 나갑니다. 슈퍼브가 단초점 기본선으로 자리를 잡았고, 다초점 고객에게는 인디비주얼을 권유해요. 렌즈 설명은 심플합니다. 좋은 렌즈일수록 더 편하고, 더 넓게 보이고, 어지럽지 않아요. 그게 전부예요. 일반 렌즈를 쓰다 인디비주얼로 바꾸는 경험을 한 번 해보신 분들은, 다른 상황에서 일반 렌즈를 다시 쓰게 되면 불편함을 느끼고 돌아오세요. 그런 경험을 통해 좋은 렌즈의 차이를 직접 체감하시게 됩니다.
Q11. 아이프로파일러 플러스(i.Profiler plus)와 비주핏(VISUFIT 1000)에 대한 고객 반응은 어떠신가요?
A. 생각보다 이런 정밀 장비로 검사를 받아보신 분들이 많지 않아요. 그래서 처음 경험하시는 것 자체로 여기 잘하는 곳이구나 하고 느끼시는 것 같아요. 수차 분석, 동공 위치 측정, 굴절감 파악. 이 과정 하나하나가 고객에게는 처음으로 자신의 눈을 정밀하게 파악하는 경험이 됩니다. 좋은 렌즈를 만들기 위한 모든 과정과 기술이 렌즈의 가격 안에 담겨 있다는 걸 고객들이 직관적으로 아시는 것 같아요. 지불하는 만큼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이 장비를 통한 경험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ZEISS 아이프로파일러 플러스(i.Profiler plus)는 눈의 굴절 데이터를 0.01디옵터 단위까지 측정하며 동공 크기와 수차를 분석합니다. 비주핏(VISUFIT 1000)은 9개의 카메라로 얼굴을 동시 촬영해 눈과 렌즈 사이 거리, 안경테 기울기 등 개인별 착용 정보를 추출합니다. 두 장비의 데이터가 결합되어 개인 맞춤 렌즈 주문에 반영됩니다.
Part 6. 안경을 넘어서는 문화
Q12. 트렁크 쇼, 도자기 콜라보, 가구 제작 등 안경과 거리가 있어 보이는 활동들을 꾸준히 이어오고 계십니다. 어떻게 시작된 건가요?
A. 억지로 기획한 게 아니에요. 우리 안에 있던 게 나오는 거예요. 저는 디자인을 해왔고, 남편은 음악을 해왔으니까 주변에 자연스럽게 다양한 세계의 사람들이 있어요. 작년에 한국 작가와 함께 만든 도자기 트레이도, 올해 준비 중인 가구도, 과거에 진행한 의류 브랜드와의 콜라보도 그렇습니다. 안경원이 이런 걸 한다고? 싶을 수 있지만, 그게 레트로킷이 있어온 방식이에요. 고객들도 그 부분에서 레트로킷을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안경 하나를 사는 것이지만, 그 안에 다른 세계를 들여다보는 경험이 함께 있으니까요.
Q13. 레트로킷이 고객에게 어떤 공간으로 기억되기를 바라시나요?
A. 설명하기 어려운 존재였으면 좋겠어요. 안경점이다, 편집샵이다, 갤러리다, 이런 설명 말고, 그냥 레트로킷이라는 하나의 존재로 기억되는 것. 이름을 정할 때의 마음이 지금도 같아요. 오시는 분들이 여기서 뭔가 새로운 걸 경험하고, 그 경험이 삶에 작은 플러스가 된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안경을 통해서든, 공간을 통해서든, 아니면 그냥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통해서든요.
[Check List] 레트로킷을 꼭 경험해봐야 하는 고객 유형
안경을 고르는 일이 어렵게 느껴졌다면, 그건 아직 레트로킷을 경험해보지 못해서일 수 있습니다. 어떤 분에게 레트로킷이 특별히 잘 맞을지 정리했습니다.
✓ 안경을 통해 내가 몰랐던 나의 취향과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고 싶은 분
✓ 감각적인 큐레이션과 문화적 경험이 있는 공간에서 안경을 고르고 싶은 분
✓ ZEISS 아이프로파일러 플러스와 비즈핏으로 시야의 편안함까지 함께 완성하고 싶은 분